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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오후 5:00:09ㅣ조회:5204]
남북의 차이는 시선의 차이 
북한에선 마주 보면 "재수없는 놈"
기자가 탈북민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남한에 와서 달라진 습관이 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중 놀라운 대답이 있었다. "남한에 와서 시선이 저절로 높아졌다." "맞아, 나도 그래." 주변에서도 이런 말들이 퍼져갔다. 그 뒤로 이어지는 증언을 듣고 있자니 북한에서 억눌렸던 그들의 삶이 보이는 듯했다.



먼저 탈북자 김영만(34) 씨는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배고품을 못 견뎌 탈북한 사람들 중 아마 노동단련대 체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노동단련대란 재판을 받을 정도의 중범죄가 아닌 경미한 불법을 저질렀을 때 받는 법적 처벌이다. 3개월, 혹은 6개월 강제노동을 한다. 통행증 없이 여행했거나 숙박검열(신고 하지 않고 남의 집에서 자다가 들키는 경우)에서 걸렸을 때 최소 1년 교화형에 속하지 않는 죄 아닌 죄를 범했을 때 끌려가는 곳이다. 배가 고프니까 노동단련대에 갈 정도의 불법을 저지를 때가 있다. 단련대는 범죄예방차원에서 공포를 주려고 수용소나 다름없는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강제노동을 시킨다. 3달 동안 군인들의 욕질과 구타에 시달리고 사회로 나오면 시선을 위로 향하는 것 자체가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사람이 소심해진다."고 말했다.



최형석(37세)씨는 굳이 노동단련대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일상은 사람을 공연히 주눅들게 만든다며 "도로에 나가면 교통보안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야밤에 불시에 보위원들이 집안에 들이닥쳐 남한 드라마나 라디오가 없는지 방안을 둘러보고 여기저기도 뒤져본다. 직장에 나가면 아침도 총화고 저녁도 총화다. 게다가 북한에선 아이 때부터 생활총화를 하는데 자기반성 할 때는 당연히 머리를 숙여야 하지만 남을 비판할 때에도 차마 마주보지 못한다. 평시에는 동창인데 생활총화 때에는 미워해야 하니깐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그게 법이니 어쩔 수 없다.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주 반복되는 일상이니 남들과 달리 머리를 쳐들고 다니면 오히려 재수없는 놈이라고 욕 먹는다."고 말했다.



김순복(56세) 씨는 신분이 낮으면 시선도 낮아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간부들은 아래 사람을 대할 때 굉장히 틀 차린다. 욕도 함부로 하는데 아랫사람에게 위압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다. 한번은 당비서가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내 소행으로 착각하고 욕을 퍼붓길래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더니 당비서가 '무슨 의견있어? 지금 나한데 해보겠다는거야?'하면서 내가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야단을 쳤다. 그때부터 당비서한데 찍혀서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 남한에 와서 우리 교회 목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더니 그때는 오히려 목사님이 서운해하시더라."고 말했다.



전체주의 체제 때문인지 탈북민들은 체험이 비슷했다. 김찬우 씨도 "그러고 보니 북한에선 정말 바닥을 내려다 보는 것이 습관인 것 같다. 하다못해 퇴근할 때에도 땅을 봐야지 보도 블럭이 깨지거나 구멍이 나 있는 곳이 많아서 넘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다 돈이라도 줍는 날엔 정말 대박이다. 북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대중 앞에 서기 마련이다. 비판 대상이 되든, 칭찬 대상이 되든 대중교양을 위해서라도 항상 선과 악이 필요한데 누구든 그것을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북한에선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방을 쳐다보는 것은 싸움을 거는 행위나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탈북민의 증언은 하나로 모아졌다. 북한에선 마주 보면 '재수없는 놈'이 되는 반면, 남한에선 시선을 피하면 오히려 자기를 무시하냐고 섭섭해 한다는 것이다. 그 말 속에서 인권의 격차로 갈라선 남북분단의 아픈 현실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탈북민이 남한에 와서 찾은 것은 삶의 자유이기 전에 비로소 정면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자기의 두 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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