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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8 오후 2:06:32ㅣ조회:4318]
'심양사건'을 통해 본 북중관계 
중국정부는 김정일 집권기간동안 인내

이번 장성택 처형은 북한 주민들 못지 않게 중국 정부에도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장성택을 통해 개혁개방의 북한변화를 한껏 기대했을 중국 지도부여서 실망과 경악을 넘어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도 심각하게 고려할지 모른다. 그만큼 중국 정부는 김정일 집권기간 충분히 인내했고, 그 악몽이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데 대해서는 더는 묵과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김정일이 가장 싫어했던 나라는 중국이다. 그의 신격화 자존심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자극했던 나라가 다름아닌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체제가 다른 자본주의여서 제국주의 압살이요 봉쇄요, 갖다 붙일 설명도 많았고, 세계 최강국에 맞서 싸우는 당당함의 체면까지 선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사회주의이며 유일한 우방이라는 중국에게 당할 때마다 겪는 정치적 손실과 신격화 훼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더구나 중국은 폐쇄의 국경 너머에서 개혁개방의 유혹을 북한 인민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주체이념의 적이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 관대했던 중국 공산당의 개방의지가 김정일에겐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한국기업들이 동북3성에 진출하면서 중국인들의 친한 정서는 확산된 반면 반(反)북(北) 여론은 깊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탈북자들까지 늘어나자 김정일은 1997년 당 내부적으로 "북중 국경도 38선과 같은 이념의 분계선이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렇듯 김정일은 폐쇄와 개혁의 북중 국경지역을 이념과 체제의 다른 남북 경계선 수준의 적대개념으로 보았던 것이다. 연대 급이던 국경경비총국이 군단 급으로 승격된 것도 바로 그 시점이다. 따라서 대미, 대남, 대일첩보에 주력하던 당 공작부서들에도 대중공작을 강화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그 통에 통전부 내 재일조선인총련합회 담당 부서에서 근무하던 여러 사람들이 중국 담당 부서로 옮겨졌다.



북한에서 가장 큰 해외교포조직인 일본의 조총련 관리 경험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통전부와 마찬가지로 해외첩보 담당 부서인 당 35호실과 남한 내 지하조직 구축을 전담하는 대외연락부 요원들도 본격적으로 중국에 파견되기 시작했다. 노파심 많은 장군에겐 둘러싸인 수많은 적보다 유일한 동맹이 더 불안한 법이다.



김정일은 언론을 통해 신속하고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정치현황보다 언론통제의 공산국가인 중국 지도부가 도대체 어떤 대북관점을 갖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동북3성에까지 한국 기업의 투자를 허용하는 무한질주의 개혁개방이어서 김정일은 당 공작부서들의 충견들을 동북3성으로 파견하여 위장 회사들을 만들고 맹활약하도록 했다.



그러던 2000년 3월 5일 조선중앙통신사가 느닷없이 김정일이 조명록 총정치국장, 김영춘 군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을 데리고 중국 대사관 찾았다고 보도했다. 그때 김정일은 대남공작부서들이 입수한 항미원조 관련 동향자료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대사관을 방문했다. 그 자료에는 항미원조(1950년 6.25전쟁 때 미국을 반대하고 북한을 지원했던 중국의 외교정책)조약 중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군대를 자동 개입시킨다는 문구를 삭제하자는 중국 고위 간부들의 발언이 종합돼 있었다.



심지어는 미군병사 유골도 돈으로 파는 평양정권인데 중국도 6.25 전쟁 항미원조 보상금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견도 기록돼 있었다. 그때 김정일의 대사관 방문은 중국 측에 사전 예고도 없었고, 조선중앙통신이 일방적으로 먼저 보도하는 외교적 무례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완융상 중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은 항미원조 수정과 보상금 발언을 문제 삼으며 대만에 미사일을 팔아서 보상하겠다고 호통을 쳤다.



완융상 대사는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개별적 사람들의 실언일 뿐이라고 설득했는데 그 다음 일이 참 우습게 뒤집어졌다. 자국대사의 그 미온적 대응방식에 격앙된 중국 지도부가 완융상을 현지에서 해임한 것이다. 그리고 완융상이 김정일과 친분이 두터웠던 점을 고려하여 근 4개월 가까이 미루었던 신임대사를 강경파 출신 왕궈장으로 임명해버렸다.



중국의 그 즉각적인 강경반응에 평양도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 대사 철수 명령과 함께 직원들에게 짐까지 싸놓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김정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중국을 상대로 미국에나 써먹던 벼랑 끝 전술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것 없는 김정일의 분노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두 달 후인 2000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2박 3일 동안 비공식 초청방문 형식으로 중국에 불려가서 강택민(장쩌민)주석에게 개방훈시나 들어야 했다.



평양으로 돌아온 김정일은 대국주의 사고로 일관하는 왕궈장 대사를 거의 무시했다. 나중엔 그를 길들일 목적으로 개혁개방 반대의사와 함께 핵개발 의지를 전달한다. 그러던 2000년 10월 '심양사건'이 터진다. ‘심양사건’이란 당 35호실 공작원들이 중국 동북3성의 지방정부, 공안, 변방대의 중국 공산당원 간부들을 매수하여 정보를 빼내다 들킨 사건이다. 그때 중국 국가안전국이 ‘심양사건’ 연루자로 체포한 중국 공산당원만 60여명이 넘는다.



주인은 개를 때릴 수 있어도 개는 주인을 물어선 안 된다. 중국 국가안전국은 남조선기업들의 안정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감시 관리해오던 북한 공작원들에 대한 보복 검거작전에 돌입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물자지원도 중단한다. 그렇게 되어 2000년 5월 방중에 이어 김정일은 6개월 후인 2001년 1월에 재차 사죄를 위해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게 된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을 불러 놓고도 수치심을 느끼도록 북경 밖에서 며칠 기다리게 한다. 그런 이유로 상하이 푸둥 신개발지역을 관광하게 된 김정일은 중국 지도부에 아첨할 목적으로 "천지가 개벽했다"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억지로 칭찬하게 된다. 당시 외부 언론들이 김정일이 중국의 개혁현장을 돌아보며 처음으로 감탄했다고, 북한 정권이 곧 개방할 것이라고 점 치게 했던 그 문제의 발언은 바로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다.



그때 북한의 간부들은 은밀히 이런 야유를 던졌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중국 대사관에 한 번 찾아가 까불다 북경까지 두 번이나 끌려가 사죄했다."고 말이다. 오늘날 중국 지도부는 장성택 처형에서 김정은 3대 세습 정권이 아니라 김정일의 핵자위 노선을 추종했던 강경파의 계승적 과시를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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