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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3 오후 12:37:58ㅣ조회:1160]
국방력 강화! 
모든 국가 정책의 뿌리

경제력에서 北에 아무리 앞서도 수치상 군사력에서 뒤지는 한국

北核에 무관심 '안보 불감증'까지 방위성금 부활하고
방위세도 걷어 國防力 압도해야 북 '불장난' 억제

'박원준 상사―51년 5월 12일 인제에서'. 얼마 전 국립현충원에 갔다가 우연히 이 짧은 비명(碑銘)을 발견하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가 숨진 바로 그 현장은 내게도 눈에 선했다. 그해 봄, 중공군의 대공습이 거셌다. 나는 당시 강원도 인제에서 적의 총탄 두 발을 맞고 쓰러졌다. 5월 11일 그가 숨지기 하루 전날이었다. 나는 살았고 그는 죽었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가 나일 수도 있었다. 현기증이 느껴졌다. 나라를 지키려다 산화한 이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을 만큼 오늘날 우리의 땅과 바다는 평화롭게 지켜지고 있는가.

얼마 전 무산된 남북당국회담에 대해 나는 처음부터 비관적이었다. 예측하건대 핵무기는 이미 만들어 놓았는데 '달러 박스'(금강산과 개성공단)는 아쉽고, 마침 주변국들 압력도 거세니 '돈 될 만한 것'이라도 다시 챙기자는 속셈일 것이다. 인민의 배고픔은 아랑곳하지 않는 지구상 가장 위험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집단과 우리는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빠져있다.

북한 핵실험 직후 유명 포털 사이트의 검색 1순위가 북핵이 아닌 '화장품' 브랜드였고, 당시 외신 기자들에게는 한반도 긴장 상태에 이상할 정도로 대담한(?) 한국인의 반응이 또 다른 관심사였다고 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은 북한의 약 40배, 무역은 212배로 우리의 경제력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방위력은 핵(核)을 빼고도 크게 뒤져있다. 2011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육해공군 병력은 북한의 2분의 1이고, 방사포 숫자는 14분의 1, 전투함은 7분의 1, 전차와 전투기도 2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니 '마치 불량배에게 끌려다니는 모범생' 모양으로 우리가 고초를 겪고 있다.

우리가 북한보다 2배 이상 국방력을 갖춰야 북한의 불장난을 억제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적 국방력을 갖추기도 전에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면 경제 위기가 먼저 올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 줄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자 또한 빠져나갈 것이다.

현재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 방위 비용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방비는 GDP의 2.5% 수준이다. 이는 이스라엘 6.5%, 미국 4.8%, 사우디아라비아 10.1% 등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방위 비용은 정부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해 있다. 왜 방위성금은 받지 않는가. 평생 모은 돈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장학금으로도 내어 놓지만 "나라를 지키는 데 써달라"고 자발적으로 기부해도 "안 받겠다"고 하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6·25를 겪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첫째, 방위성금이 부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나라 걱정하는 국민의 자발적 방위성금을 모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거액 헌납자는 우대하며, 명예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비행기, 잠수함, 탱크 등 병기에 이름 붙여주고 연말에 가족과 함께 위문 가서 병사와 사진도 찍고 보람도 느끼게 해야 한다.

둘째, 그래도 방위비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방위세'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지난 1975년 서해 5도 침범에 자극받아 시행한 '방위세법'은 전투력 증강 계획(율곡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5년 시한부로 제정됐으나, 1990년까지 연장 시행되며 국방비가 GNP의 6%(1990년 국세 총액의 12%)까지 이르렀다. 만약 이 방위세가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면 우리는 세계 굴지의 국방력을 갖춘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방위력 강화에 14조4000억을 계상하였다는데, 30여년 전인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5년간 거둔 방위세가 18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과연 이 수준이 적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핵을 포기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로드맵도 가져야 한다. 북핵에 상응한 힘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전술핵'을 다시 들여올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할 것인가. 만약 핵 보유가 우리나라의 재앙을 막는 마지막 길이라면, 이를 회피해선 안 될 것이다. 인구가 5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핵을 보유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역학 관계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70년대 중후반 어려운 안보 상황에서도 투철한 국가관으로 자주국방을 꿈꿨던 박정희 전(前)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다른 일이 다 잘되더라도 안보 면에서 조금이라도 소홀한 점이 있거나 어떠한 차질이 생길 때에는 우리가 해 놓은 백 가지 시책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갈 염려가 있다. 따라서 모든 시책에 앞서서 우리는 국가 안보를 더 튼튼히 하는 데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한다." 1976년 연두 기자회견의 일부다.


李龍萬 前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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