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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7 오전 10:50:13ㅣ조회:2629]
전교조라는 괴물을 낳은 것은 우리였다 
전교조 세력은 미약하지만 다시 일어선다?
1989년 5월, 전국교원노조(전교조) 결성식에서 다음과 같은 선언문이 낭독됐다.

“반민족적 독재 정권과의 투쟁에 떨쳐나선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학생, 양심적 지식인 등 모든 민족 민주 세력과 굳게 연대하여 교육 민주화와 그리고 통일의 그날까지 줄기찬 투쟁을 벌여 나가자.”

마치 북한의 대남 선동 문구 같은 이런 주장이 대한민국 교사들의 행동강령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전교조라고 하면 그저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선생님들이 우리 교육 현실을 좀 더 개선해 보자는 열정의 발로가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의외로 많다.

그렇지 않고서는 2년 전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에서 서울, 경기, 인천 지역 모두 전교조 출신 후보들이 각각 45% 전후의 지지율을 타나냈던 반면 보수 후보들이 20%에도 못 미쳤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교조의 탄생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전교조의 출현은 1987년 직선제 개헌을 둘러싸고 전개됐던 민주화 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치적 민주화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은 사회 여러 부분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권위적인 정권에 대항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민중주의 계급 혁명론에 기반

6월 항쟁을 계기로 시민들은 좀 더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결성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저항에서 자신의 이익을 조직적으로 추구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전교조도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전교조는 한국 교육의 문제는 불합리한 한국 근대사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1980년대는 해방 이후 한국의 역사에서 특별한 시기’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1980년대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 강화에 따른 사회구조적 모순이 정치적 억압과 함께 극대화한 시기이자 시민사회의 자생적 성장이 드러난 시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요인과 시민의식의 성숙이 교육 분야에서 전교조 결성과 참교육운동으로 표출됐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전교조의 지도부들은 기본적으로 계급의식에 기초해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있다. 교육 현실에 존재하는 모순은 교육 모순 자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사회 모순은 독재권력이 미제국주의의 신식민지 지배세력과 결탁해 독재지배 체제를 영속화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교육개혁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던가. 1992년 전국 13개 교장단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보낸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들은 모이기만 하면 민중과 계급을 논하면서, 붉은 머리띠를 매고 주먹질을 하며 교무실을 점거하고 불법 유인물을 배포하고, 심지어 학생들에게 투신자살·수업거부·시위 농성 등을 부추기는가 하면 사회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을 부각시켜 어린 학생들에게 증오심과 반항심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

전교조는 조건 없이 해체하고, 그동안의 불법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위법적인 노조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의 충족이나 보장 없는 어떤 형태의 복직도 거론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변함없는 입장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합니다.”

전교조는 학교라는 기구를 국가 독점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보았다. 그것은 마르크스와 그람시의 전통이었고, 따라서 학교를 해체하고 이를 다시 그들의 혁명적 기지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그들의 역사적 소명이었다.

전교조를 단순히 종북세력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명히 90년 이후에 NL주사파들에 의한 지도부 장악으로 주체사상에 대한 헤게모니 확보가 있었으나 전교조 멤버 대부분의 심중에는 이러한 계급혁명을 위한 ‘자기 호출’이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진영은 전교조에 대항하는 교육이념을 올바로 정립할 수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모순’은 바로 이 시대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들의 공통된 이념이며, 이를 지지하는 국민이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로부터 전교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전교조에 속수무책이었던 이유

이러한 점을 간과했던 보수진영은 그동안 소리 높여 전교조를 질타해 왔지만 의외로 국민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전교조와 투쟁하며 그 명단을 공개했던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의 투쟁도 국민 전반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진영과 다시 한번 대결해야 하는 보수진영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교조의 논리를 제대로 해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며, 이를 위해서는 역으로 왜 전교조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은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좌파 전교조에 대항하는 정부나 보수의 교육정책도 실제로는 실패하고 있어 교육의 수요자인 국민들 눈에는 보수진영의 교육 노선 역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한 실망감은 공교육의 실패와 사교육비의 증가, 그리고 빈번한 입시정책 변경, 그리고 과거 보수 교육감들의 부패상과 맞물려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교육정책의 실패라는 것이 실제로는 보수의 실패라기 보다 정부의 실패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가 관료주의 교육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교육부는 교육정책에 ‘정치적 중립’을 교육행정의 핵심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전교조 역시 그렇게 주장한다. 문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도대체 교육에서 정치적 중립이란 무엇일까. 먼저 교과부의 주장은 이렇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 함은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 단체에 의하여 교육의 본질이 침해 되어서는 안 되며 특정인의 집권이나 개인적인 편견의 선전만을 위한 교육을 하여서도 안 된다는 데 그 뜻이 있다.” (교육부(1991), ‘바로서는 교육’, 한국교육연구소)
교육부가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의 외적인 부당한 지배, 또는 특정 이념의 개입을 배제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여기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도 교육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포함될 수 없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과부의 교육이념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교육민주화의 함정

교과부는 전교조를 비판할 때마다 ‘민중주의 교육’을 언급한다. 그러면서도 교과부는 자유민주주의를 교육의 바탕으로 삼느냐 하는 질문에는 뚜렷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국사 교과서나 국어 교과서 시비에서 교육부가 전교조 공세에 밀리는 단초를 제공한다. 교과부가 우리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교육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데는 아직 확신이 없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이념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없는 교과부가 민중주의 교육 이념을 갖고 있는 전교조에 대항해 이를 바로 잡을 가능성은 없다.

여기에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며 쏟아 부은 천문학적 세금의 결과란 ‘학교는 학원 수업을 위해 잠자는 곳’이었다. 여기에 온갖 관료주의적 교육 행태는 일선 교사들에게 반감을 심어줬고 과거 보수 교육감들과 사학이 빚어 낸 비리는 학부모들에게 ‘교육 마피아’들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각인시켜 줬다.

전교조는 그러한 ‘관료주의 교육의 실패’ 위에 자신들의 보루를 쌓았고 성곽을 둘렀으며 진지를 구축했다. 따라서 잘못된 전교조의 교육 이념과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진지로 삼고 있는 관료주의 교육에 대한 해체와 사학비리에 대한 대수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교육권이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이 문제는 전교조와 교과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교육의 주체 논쟁이다. 동시에 교육 수요자인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서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전교조도 지금과 같은 반자유민주주의, 반체제적 교육이념을 학생들에게 교육할 권리도 사라지거니와 정부의 관료주의 교육도 개혁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전교조의 주장을 살펴보자.

일군의 교사들은 1986년 봄 자신들이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신념 아래 조직적인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현직교사들이 중심이 된 한국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는 1986년 5월 10일 제1회 교사의 날을 선포하고 ‘교육민주화선언’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학생·학부모가 소외된 상태에서 추진되는 이른바 교육개혁이란 기술적이고 지엽적인 절차상의 손질일 뿐,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라 할 수 없다 … 교육개혁은 교육, 인간 및 사회를 보는 관점의 개혁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 학생, 학부모를 교육 주체의 자리에 확고하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교육 민주화의 첫 걸음이다.”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민주화 선언’을 통해 교육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라고 주장한다. 교육의 민주화 관점에서 교육 주체를 새롭게 규정한 것이다.

교사들은 국가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교육권이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교육 주권론으로 발전해 정부와 대립하게 되고, 전교조의 핵심 주장으로 자리 잡게 된다.

반면에 교과부의 입장은 정반대인 ‘국가교육권론’을 주장한다. 교과부는 교육권의 주체로서 국가를 당연하게 내세우며, 교사는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육에 대한 원천적 권리는 국민에게 있으며 국가는 이를 위임받은 권리와 책임의 주체라는 이야기다. 그 입장을 직접 들어보자.

“교육권은 기본적으로 주권자인 국민, 즉 학부모에게 있으며, 국가는 학부모와 함께 국민교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학부모는 자녀에 대한 장기적, 체계적, 계획적인 교육을 직접 실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교육권을 국가에게 위탁하게 되고, 국가는 학부모 즉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교육을 책임지고 실시하기 위해 교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교육부, ‘바로서는 교육’ 1991)

보수, 정부 교육 실패 대안 제시해야

이러한 전교조와 교과부의 상반하는 입장은 결국 국민들의 판단을 요구하게 된다. 교육권을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이양하라는 전교조의 주장에 과연 교과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득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공교육의 실패는 누구 책임인가. 전교조는 정부에, 정부는 전교조에 서로 교육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정작 교육권의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소외되고 피해자로 남아 있는 것이 지금 우리 교육계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한편으로는 전교조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으로 등장하게 된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그렇게 보수가 목소리 높여 비판한 전교조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이유에는 이러한 정부 교육의 이념부재로 인한 가치의 혼돈, 그리고 교육 실패와 무책임이 있었다. 이런 ‘정부 실패’에 국민들의 심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제 보수진영의 교육 이념과 철학에 새로운 지형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국가교육주권론’의 실패를 용인하는 한, 전교조의 세력은 비록 미약하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 전교조의 민중교육론을 깨면서 동시에 정부의 교육 관료주의를 어떻게 개혁하느냐의 문제고 이는 다시 교육권을 어떻게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려 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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