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 김동길 박사 1928년 평남 맹산 출생 연세대 부총장, 조선일보 논설 고문,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으로 있다

사람이 120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강 백세’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뜻으로 풀이가 됩니다. 그런데, 향년 100세도 어려운데 120세가 웬 말입니까. 그렇게 오래 살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유가에서 말하는 오복(五福)중에서 수(壽)가 으뜸이라는 사실은 나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여겼던 그런 시대와 환경이 있었습니다. 아마 동양인의 평균수명이 40도 채 못 되던 시대와 환경에서 꿈꾸던 복이 ‘장수’이었을 것입니다.

100년 전만 해도 60이 되도록 사는 사람이 많지가 않아서, 회갑 잔치를 마련했을 것입니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을 못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70 노인은 옛날에는 희귀한 존재였습니다. ‘고희 잔치’는 마을 전체의 축제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오늘의 칠십 노인은 노인정에 가도 대접을 받기는커녕 담배 심부름이나 다녀오게 되었다니 격세지감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평균수명이 70을 훨씬 넘었다는데 아직도 ‘장수’를 복으로 알고 갈망한다면 가히 시대착오라고 하겠습니다. 할 일이 끝나면 하루라도 빨리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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