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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8 오전 8:56:28ㅣ조회:1569]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세계질서 속에서 결국 한국이 가야할 길
6월 29일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협정의 서명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국민과 국회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이유로 언론과 정치권이 정부를 심하게 질타했고, 결국 외통부가 국회의 검토를 받은 후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재추진 의사를 밝힌 이상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봐야 합니다.

논란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국민감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본과의 군사협정 문제를 비밀리에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둘째는, 일본과의 정보협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되는가 라는 문제입니다. 셋째는 중국에 대한 우려입니다. 중국의 역할이 막중해지는 시기에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결국 한중관계를 약화시켜 더 많은 손실을 자초하지 않겠는가 라는 것입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우선은 절차적인 문제와 내용적인 문제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절차적인 하자는 수정하면 될 일이지만, 내용적인 문제는 냉정하게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논란은 절차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협약이나 합의를 추진할 때 사사건건 국민과 국회에 보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에 서명할 때나 노무현 대통령이 10.3 정상선언에 서명할 때에도 그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과의 군사협정이라면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절차문제에 신경을 섰어야 한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주권을 침탈했던 것도 모자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파렴치한 부인으로 일관하는 일본, 그것도 모자라 독도까지 넘보고 있는 나라와의 군사협정이라면 좀 더 국민감정을 배려하여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논란은 내용에 관한 것이므로 보다 냉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이미 한미동맹을 통해 대북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일본으로부터 얻을 새로운 정보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비전문가적 견해일 수 있습니다. 정보란 동맹국 사이에서도 모두 공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미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과의 정보협력을 통해 추가 정보를 얻는다면 분량에 관계없이 그만큼 덕이 됩니다. 특히 일본은 기계정보가 강하고 한국은 인간정보가 강한 편이어서, 양국 간에는 상호보완적인 구조가 존재합니다. 대북정보와 관련하여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미 24개국과 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는데, 여기에는 루마니아, 덴마크, 불가리아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과 협력할 정보가 많아서 협정을 체결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논란의 핵심은 역시 세 번째 문제에 있습니다. 즉,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한·미·일 삼자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이 강자로 부상한 G-2시대에 부합하는 득책이 아니라는 주장이나, 이것이 신냉전적 국제질서를 유발하여북·중·러 북방삼각구도를 배태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일리가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 중국의 역할이 절실한 시기에 한중관계를 약화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경청할만 합니다. 이런 우려는 일단 깊은 고뇌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는 둘 다 국가생존과 통일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며, 어느 한쪽도 소홀이 할 수 없는 중대사입니다.

그러나, 전후관계는 정확하게 따져야 합니다. 동북아의 신냉전 질서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 중입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과의 대결구도가 가시화되고, 미국이 금년초 신국방지침을 통해 ‘아시아로의 복귀’를 선언하면서 대결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북중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천안함-연평도 사태시 북한을 두둔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엄밀하게 말해 일본은 한국의 중요한 동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시장경제 원칙을 공유하는 국가이며,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 그리고 북·중·러 삼각구도의 가시화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간 정보협력을 통해 한·미·일 협력구도를 강화시키는 것은 글로벌 차원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신국제질서에 대한 대응이지 그 질서를 배태시키는 원인행위는 아닙니다.

물론, 중국이 한일간 정보협력 움직임에 대해 외교채널이나 언론을 통해 항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도 전후관계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경제파워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있으며, 주변 도서들에 대한 과도한 영유권 주장으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북공정을 통해 고대 발해나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으며, 아리랑을 중국의 전통음악으로 주장하는 문화공정마저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사실상 북핵을 방치해왔으며, 안보리의 비토권을 앞세워 북한 도발을 응징하려는 유엔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왔습니다. 불안을 느끼는 주변국들이 대응조치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도 그 범주에 속하는 일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공세적 대주변국 정책이 초래하는 비용인 셈입니다. 우리가 한일 정보협력을 통해 또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에게 그런 비용을 물게 함으로써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은 향후 건전한 한중관계를 위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견제할 것은 견제한다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이번에 서명이 보류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새로이 형성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이라는 더 큰 국익을 추구하기 위해 어차피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잊지 않아야 할 것은 한국과 일본의 입장이 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일본에게 있어 중국은 견제대상이지만, 우리에게 있어 중국은 견제대상이면서도 우호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일본에게 있어 북한은 안보위협이지만, 한국에게 있어 북한은 안보위협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통일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이중적 존재입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점을 망각하지 않는 가운데 일본과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냉정한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절차적 하자로 인해 보류되었지만, 이 문제는 또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국민도, 정치권도, 언론도 냉정해야 합니다. 절차문제로 인한 논란에 함몰되어 내용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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