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 김동길 박사 1928년 평남 맹산 출생 연세대 부총장, 조선일보 논설 고문,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으로 있다

나이를 먹고 귀가 멀어진 탓인지 나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이 누군지 ‘박’이 누군지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요새 갑작스레 신문 일면에 두 사람의 이름과 사진이 튀어 나오면서, 한 사람은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대로라면,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 틀림없이 당선될 것이라 하더니, 그 안 씨는 출마를 않고 박 씨에게 서울 시장 자리를 내준다고 하면서, 신문이 짐작하기를 아마도 안 씨는 내년 12월에 대통령 후보로 나올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올해 안에 서울 시장이 되고 또 한 사람은 내년에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는 말입니까.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안철수는 누구고 박원순은 누구입니까.

한 사람은 어느 대학의 디지털 정보융합학과 교수라 하고 또 한 사람은 아마도 이 나라의 검사나 판사로 있다가 그만 두고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많은 대학교수, 그 많은 변호사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박 변호사가 곧 서울 시장이 되고 안 교수가 머지않아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까.

제도권의 정치인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말 한 마디 못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이 두 사람에게 민족의 내일을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것입니까. 대한민국에 정치는 없습니까. 지역구니 전국구니 하며 고생 끝에 여의도 의사당에 나와 앉아 있는 300 가까운 선량들은 전부 바지저고리일 뿐입니까. 대한민국이 이렇게도 한심한 나라입니까. 정신 좀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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